2023년도 건명원 제9기 1차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가 올라왔다. 합격자 명단을 위에서부터 하나씩 내려가며 내 이름을 찾았다. 제일 밑에까지 봤지만 내 이름은 없었다. 믿고 싶지 않았다. 다시 한번 위에서부터 내 이름을 찾았다. 마찬가지로 내 이름은 없었다. 1차 정도는 합격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, 자신 있었는데, 내 이름이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.
기분은 덤덤했다. 나는 옛날부터 불합격을 많이 경험했었다. 내 인생에서 합격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없다. 옛날에는 불합격을 하면 많이 아쉬워했지만 지금은 덤덤하다. 덤덤해진 이유가 있다. 첫 번째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. 50~60% 노력만 했다. 100%를 쏟지 않았다. 내 스스로도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불합격한 거라고 인정한다. 노력 안 했던 이유는 불합격해도 내 인생은 망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다. 불합격해도 다른 거 할 게 많다고 생각했다. 예를 들면 중학교 졸업 후 내가 원하는 특성화고에 지원했는데 불합격했다. 그러고 어쩌다 보니 유학을 가게 됐다.
나는 운명을 믿는 편이다. 어떤 것을 하고 싶을 때 안될 때가 있다.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들이 내 손에 안 들어 올 때가 있는데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면 이래서 이랬다고 생각 들게 한다. 그런 경험을 많이 한다. 특성화고 지원하고 불합격했을 때도 몇 년이 지나고 머리가 번쩍였다. '아... 이래서 불합격됐구나.' 물론 불합격의 근본적 원인은 내 성적이 좋지 않고 실력도 떨어져서 불합격한 거다. 하지만 합격했다면 유학을 갈 수 있었을까? 지금의 내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.
내 인생을 운명에 맡기지는 않는다. 하지만 불합격하면 자신감도 낮아지고 여러모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 나는 항상 긍정적이었기에 내게 오는 다른 일을 모두 잘 할 수 있었다. 그리고 많은 성장을 한다는 점이 너무 좋다. 건명원 불합격은 정말 아쉽지만 올해가 너무 기대된다. 어떤 일이 다가올지.